북캉스에 어울리는 술 에세이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비가 언제 올지 몰라 항상 우산을 챙겨 다녀야 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뜻 밖에 나가기가 어렵죠. 그래서 이번 레터는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휴가, 북캉스에 어울리는 책들로 준비했어요.
그냥 북캉스만 하기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맘대로 테마를 하나 더 추가했거든요. 여름엔 역시 맥주 아닌가요? 가볍게 읽기 좋은 술 이야기로 골랐으니, 우리 책과 함께 맥주 한 잔하며 무더운 여름 견뎌봐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 술을 총망라한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한껏 버무려놓은 <여름 맥주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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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술,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에세이 #하루키스트 #덕질
📌 맥주 한 캔, 소설 한 권으로 부리는 사치
📌 하루키의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맥주는?
📌 성지순례 가이드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소설 속 소소한 요소들을 파헤쳐보는 걸 좋아하는 하루키스트
👉 술 관련 문화, 역사를 흥미로워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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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어떤 맥주를 좋아하세요? <여름 맥주 영화>
#에세이 #취향 #문화
📌 여름엔 역시 맥주
📌 여름 맥주 영화 그리고... 운전
📌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많은 거 아닐까요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맥주의 다양함에 관심갖기 시작한 분
👉 영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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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술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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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생각 없고 철없는 ‘날라리’들이나 보는 걸로 취급됐지만, 난 그런 ‘날라리 소설’이 좋았다. 자취방에서 전기포트에 라면 하나 끓여먹고, 하루키 소설을 읽으며 맥주 한 캔 까는 게 최고의 낙이었다. 보통 때는 국산 맥주를 마셨지만, 하루키 소설 읽을 때만큼은 멋 좀 부려보고 싶어서 수입 맥주를 고집했다.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p.7)
1990년대 초, 한창 학생운동이 이어지던 시기에는 운동권 서적이 아닌 다른 책을 읽는 걸 아니꼽게 보았다고 해요. 이 책을 쓴 저자, 조승원 기자가 신입생이었던 때도 그렇고요. 하지만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이 좋아서 자취방에서 몰래 그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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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수입 맥주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수입 맥주라고 해봐야 두어 종이 전부였고 가뜩이나 가난한 자취생이었던 저자에게는 이것이 큰 사치였겠죠. 이런 추억을 가진 저자이기에 그가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그가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술에 대한 책을 쓰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설렘을 주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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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로도 유명한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작품에도 술을 자주 등장시키죠.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는 하루키의 작품에 나오는 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 책입니다.
하루키의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맥주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그의 작품에 익숙한 분이라면 몇몇 맥주 브랜드가 떠오르실 텐데요, 그중에서도 하이네켄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고 해요. 하이네켄은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맥주죠. 이 맥주가 등장하는 하루키의 장편 소설만 해도 네 편이나 된대요. 고층 호텔의 꼭대기 바에서, 더운 날 정원에서, 공항 라운지에서, 범죄 행각 후 은신처에서, 각각의 등장인물이 하이네켄을 마십니다.
장편 소설뿐만 아니라 그의 에세이에서도 하이네켄을 종종 찾아볼 수 있고요, 심지어는 이 맥주 이름이 들어가는 단편까지 있답니다. 조승원 기자는 이 단편을 ‘하이네켄 헌정 소설’이라 칭할 정도입니다.
이 단편은 바로 <하이네켄 맥주 빈 깡통을 밟는 코끼리에 대한 단문>. 제목만 보아서는 도통 무슨 내용일지 감이 잡히지 않죠. 저도 이 소설을 읽은 건 아니지만 저자가 소설의 줄거리와 마지막 부분을 소개해 주어 엿보았는데… 순간적으로 ‘소설에도 PPL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이네켄이 직접적이고 인상적으로 등장해서 재밌더라고요. 저도 다음에 한 번 읽어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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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년 전, 그러니까 2018년 발행되었어요. 6년은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긴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은근히 옛날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좋은 뜻으로요!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이 훨씬 쉬워서 그런가, 본격적인 여행 서적이 아니고서야 어느 장소의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책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는데요. 이 책은 부록으로 하루키의 성지순례 장소를 몇 곳 짚어주더라고요. <상실의 시대>에 실명으로 등장한 도쿄의 재즈 바 ‘DUG’라거나, 하루키가 젊은 시절 운영했던 재즈 바의 이름을 딴 서울의 북 카페 ‘피터 캣’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일본과 한국의 가게를 직접 방문하고 소개합니다. 요즘 같으면 인스타그램 주소만 간단하게 적혀 있을 것 같은데,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주소가 착실하게 알려준다는 점도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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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이 책을 읽고 하루키의 소설을 다시 읽으면 새로울 것 같아요. 소설 속에 등장한 음악을 가볍게 언급하는 페이지도 있으니, 다시 읽을 때는 귀도 혀도 즐겁게 하면서 읽어 보세요.
👉 작품 속 술의 종류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나와서 놀랐어요. 그중에서도 칵테일은 제조 방법도 함께 적혀 있거든요. 술을 즐기는 분이라면 한두 잔쯤 직접 만들어보아도 괜찮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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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맥주를 좋아하세요?
<여름 맥주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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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물러가기 시작한 늦여름밤, 술을 한잔 하고 와 이미 어둠은 내려앉았고, 2차로 찾은 도심 루프탑에 친구들과 자리한다. 배부르니 적당히 간단한 안주를 고르고 맥주는 “그냥 오백 주세요” 하고, 아까 다 못한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하고 잠시 할 말들이 없어 멍하니 밤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 그때 맥주가 나오고, 우리는 각자 잔을 집어 들어 대충 짠하고 건배를 한다. 날카로운 탄산이 차가운 맥주와 함께 입안을 쏘고 그래서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잔을 내려놓는다. 각자 마신 양은 다르고 다시 수다는 시작된다. (…) 다시 바람이 지나간다. 평범한 맥주가 만드는 밤이다. (여름 맥주 영화, p.160-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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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데 영상이 그려지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스물한 줄을 그대로 옮겨적을 수 없어 중략했지만, 전체 문단을 통째로 옮겨서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드는 부분이었어요. 이 글을 읽고도 ‘여름엔 맥주’라는 공식에 반박할 수 있는 분이 계신다면 저에게 반박 답장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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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여름 맥주 영화>이지만, 술이나 작품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책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사람 사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다만 이 책을 쓴 유성관 작가가 낮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맥주를 즐기다 보니 이 두 가지가 많이 등장할 뿐이죠.
가벼운 에세이이기에 더 편한 마음으로 책장을 술술 넘기게 될 거예요. 저자뿐만 아니라 나도 언젠가 경험했던 비슷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펍이나 브루어리에 관한 이야기도 많아서, 더 호기심이 생기는 곳은 직접 찾아보며 방문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로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을 방문해 놓고선 운전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뚜껑을 덮어서라도 테이크아웃을 제공했다는 것이라고 할까요. 저자는 소중한 맥주를 위해 부랴부랴 차에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마시는 맥주가 정말 시원할지, 탄산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계절, 마법의 시간에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순간은 이미 그로서 완벽하다. (…) 여름은 내 주위에 가득 찼고, 옆에서 찰랑이는 삼포에일은 이미 6월의 완벽한 맥주가 되어 있었다. 나는 계속 달렸다. (여름 맥주 영화, p.102-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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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취향에 대해 열정적인 편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책을 시작하던데요, 사실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는 저 말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취향의 기준이 상향 평준화된 것으로 보이던걸요.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쓴 책이라, 책에 등장하는 영화 또한 정말 다양합니다. 70년대 영화, 작년 개봉한 영화, 해외의 공포 영화, 국내의 독립 영화 등등 장르, 시대, 국가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이 나와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죠. 취향이 다양한 저자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는 재밌어 보이는 영화를 고를 수 있어 좋습니다. 저자가 영화를 보면서, 또는 본 후에 곁들인 맥주 이야기도 담긴 만큼 그의 추천 페어링을 즐길 수도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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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시원한 만큼 따뜻한 글이기도 해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어요.
👉 남이 좋아하는 것에 관한 글을 읽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 고민할 기회인 것 같기도 해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맥주는 어떤 건지 생각하면 재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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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두 번째 해독 주스 <여름 맥주 영화>에서 저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단편도 하나 소개해요. <온 유어 마크>라는 동명 노래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인데, 이 작품의 마지막에 나오는 파란 하늘에 반한 저자는 지금도 그런 하늘을 보면 “와, <온 유어 마크> 하늘이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저도 궁금해서 영상을 찾아봤더니 정말 반할만하더라고요. 7분이 넘지 않는 짧은 애니메이션이니 님도 화창한 하늘이 그립다면 한 번 감상해 보세요.
해독레터의 머리말은 항상 ‘오늘의 건배사’인데, 오늘은 정말 건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내드렸군요. 님은 책을 읽을 때 술을 즐기는 편이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술을 즐기시나요? 언젠가 님과 정말 잔을 맞부딪힐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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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해독레터, 어떻게 읽으셨나요? 해독레터는 님의 의견이 제일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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