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에 로맨틱한 철학서 읽기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오늘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죠. 원래는 황제의 허락 없이 젊은 남녀를 결혼시켜 주다 순교한 성인 발렌티노를 기리기 위한 날이라고 하는데요. 오늘날에는 연인 간 선물을 주고받는 사랑의 기념일로 남았죠.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해독레터도 특별히 로맨틱한 책들을 골라보았어요. 플라톤의 <향연>입니다. 전혀 로맨틱하지 않을 것 같다고요? 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의하는 책인데, 이보다 더 발렌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책이 있을 수 있나요.
… 그래도 배신감을 느끼실 분들을 위해 두 번째 책은 정말로 로맨틱한 책으로 보여드릴게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작별의 의식>은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마지막 10년을 담은 책이에요. 이건 정말 로맨틱한 책이 맞거든요. 아마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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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사랑이란 무엇인가? <향연>
#철학 #고전 #사랑
📌 오늘의 술자리 주제는 '사랑'입니다
📌 사랑의 신 에로스
📌 소크라테스 가라사대 사랑이란...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철학서에 흥미는 있지만 좀처럼 도전하지 못했던 분
👉 추상적으로만 표현되는 감정에 대한 학문적 탐구가 궁금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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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이것도 사랑인가요? <작별의 의식>
#계약결혼 #마지막10년 #동반자
📌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 결혼
📌 철학자들이 낳는 사랑의 결실
📌 사랑 없는 사랑 이야기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철학과는 친하지 않지만 두 사람의 특이한 관계가 궁금한 분
👉 각종 사회 운동이 일어났던 1970년대의 프랑스 현장을 느끼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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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어요. 하지만 그가 직접 쓴 책은 단 한 권도 없답니다. 모두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남겼을 뿐이죠. 플라톤의 <향연>도 그중 한 권이에요.
<향연>은 플라톤이 쓴 책이지만, 플라톤이 등장하지는 않고요. 대신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등장해요. 사랑이라는 주제에 관해 여러 인물이 연설하는 대화 형식을 가지는 이 책은, 향연, 즉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랑의 신 에로스에 대해 찬양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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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나 등장하는 에로스를 이야기하며 감정에 대해 탐구한다는 게 재밌죠.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신화는 단순한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과 생각을 해석하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신은 하나의 상징이 되고요.
우리도 단군 신화를 실제로 믿는 건 아니지만 환웅이 내려올 때 풍백, 우사, 운사(각각 바람, 비, 구름을 관장하는 신하)와 함께 내려왔다고 말하며 이를 농경문화에 관한 설명으로 해석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신화는 당시의 삶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발언자인 ‘파이드로스’는 에로스의 출생의 기원을 근거로 내세워 그가 얼마나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신인지, 그가 가진 사랑의 힘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요. 이어서는 관습과 법률, 자연과 의술을 중심으로 에로스를 해석하는 두 사람이 있고요, 또 희극 작가와 시인이라는 각자의 직업과 어울리는 해석을 꺼내놓는 두 사람이 더 있습니다.
각기 다른 관점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다섯 사람의 사랑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서 하나하나 읽으며 반박하고 공감하는 재미가 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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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역시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일까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자 이야기 속 자리에서도 제일 현명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소크라테스'는 마지막 순서로 연설해요. 소크라테스는 예언가 ‘디오티마’를 만나 그에게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고, 다른 이들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막는 이가 있으니, 바로 술에 취해 이 자리에 난입하는 ‘알키비아데스’입니다. 소크라테스를 찬양하기 위해 왔다고는 하는데... 알키비아데스가 왜 난입했는지,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찬양하러 온 그를 왜 불편해하는지 알고 싶다면 <향연>을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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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이름 탓에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주제가 쉽고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 기원전의 그리스를 배경으로하기 때문에 현대적인 관점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요. 동시에 아직도 고전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요. 21세기에 읽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새로 해석하고 현대에 대입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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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은 기원전 그리스의 특수 상황을 배경으로 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나눠진 사랑을 주로 이야기해요. 비교적 상하 관계가 분명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수평 관계에 가까운 두 철학자의 사랑에 관한 수필, <작별의 의식>을 소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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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그리고 시몬 드 보부아르. 두 이름 다 우리에게 익숙하죠.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 또 사회 운동가인 두 사람은 각자의 활동으로도 명성이 높지만, 둘 사이의 독특한 관계로도 유명해요.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용인하고 경제적으로도 완벽히 독립한 둘의 관계는 통상적인 연애나 결혼과는 매우 달라요. 실험적이고 모험적이기까지 한 형태로 50여 년을 함께 한 두 사람은 사르트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계약 종료를 맞이합니다. <작별의 의식>은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지켜보며 보부아르가 남긴 기록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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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의 정반대 편에 서 있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큰 화젯거리가 되었죠. 저 또한 둘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이 관계에 다른 명칭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하지만 보부아르가 쓴 이 책의 서문을 읽자마자 바로 그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우리는 젊었을 때, 열을 올려 토론하다가 둘 중 하나가 이기면 끝장을 내며 의기양양하게 상대에게 말하곤 했지요. “당신 꼼짝 못 하게 됐네요!” 이제 말 그대로 당신의 작은 관 속에서 꼼짝 못 합니다. 당신은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가더라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작별의 의식, p.18)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에게 가르침을 주는 예언가 디오티마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영원한 행복과 불멸을 얻는 방법을 '사랑을 통한 잉태'로 설명해요. 첫 번째 방법은 자식을 낳는 육체적 잉태이고 두 번째 방법은 지혜와 미덕을 낳는 정신적 잉태인데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죠.
두 사람은 정신적 잉태의 과정을 함께했어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연인이면서도 가장 친밀한 동료였거든요. 위의 인용처럼 열띤 토론을 일상적으로 나누었고, 항상 서로의 저작을 검토해 주었다죠. 보통 사랑의 결실이라 하면 아이를 의미할 텐데, 이 두 사람에게는 그들이 남긴 글과 사상이 되겠네요.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항상 같은 의견을 가졌다는 말은 아니에요. 대립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서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이 점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원래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생각을 맞춰나가고, 또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잖아요. 이러한 점은 둘의 특별한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의 특징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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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사람의 관계나 감정에 집중한 책이 아니에요. 사르트르의 악화하는 건강, 그리고 투병 중에도 지속된 그의 사회적 활동이 주로 담겼고요. 두 사람의 감정은 둘의 대화를 통해 언뜻 드러날 뿐입니다. 그런데도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두 사람의 사랑에 확신을 가진 이유는 그 짧은 대화 사이에서도 감정의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발작에 대한 사르트르의 공포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보부아르와 함께하던 토요일 저녁을 뺏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온다고 표현된 것(p.80), 또는 현명함을 잃어가는 사르트르를 보는 보부아르가 자신의 세상이 죽음 속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는 대목(p.105)이 인상깊었는데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거나 유난스러운 애정 표현을 하는 게 아님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레 드러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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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시대적 상황이나 주변 인물이 많이 등장해 처음에는 어렵게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 모든 걸 알고 읽어야 하는 게 아니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둘 사이의 일상에 집중하며 쭉 읽어보세요. 금세 몰입이 될 거예요.
👉 책의 처음에 두 사람의 사진이 몇 장 담겨 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난 뒤 사진을 다시 보는 것도 추천해요. 평범한 흑백 사진으로만 보였던 이미지들을 책을 읽은 후에 또 한 번 보면 먹먹한 마음이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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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를 위한 책을 골랐다는데 철학서 한 권, 철학자의 수필 한 권이 나와서 황당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아주 로맨틱한 학문이랍니다. 철학, 그러니까 ‘philosophoia’라는 단어부터가 지혜(sophia)와 사랑하기(philos)를 한데 묶은 말이거든요. 철학이란 바로 지혜를 사랑하는 일인 셈이죠.
잘 읽히지 않는 글을 붙들고 야금야금 페이지를 넘겨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이런 행동도 지혜를 사랑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강제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때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무거운 텍스트를 끈질기게 읽는 시간도 짤막하게나마 가져보세요. 도파민 해독에 아주아주 효과적이거든요.
무거운 텍스트도 아니고 책 한 권의 분량인 것도 아니지만, 해독레터를 읽는 시간 자체로도 님의 도파민 해독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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