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사랑 소설 두 권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님은 봄을 잘 맞이하고 계신가요? 3월 말이 되니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어떤 날은 여전히 춥죠. 나갈 때마다 어떤 겉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되는 나날이에요. 그래도 봄이 오긴 오는지, 길을 걸으면 활짝 핀 꽃도 많이 보이고 벚꽃 축제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봄도 오고, 벚꽃도 피는데 역시 사랑 이야기를 해야겠죠. 지난번 발렌타인데이 레터에 사기당하셨던 분들을 위해 이번엔 정말 로맨스 소설을 들고 왔어요. 첫 번째 책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로도 유명한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입니다. 늦겨울에 시작되어 봄에 싹트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딱 요즘 날씨에 알맞죠. 두 번째 책은 왕딩궈의 <적의 벚꽃>이에요. 마냥 산뜻하지만은 않은, 그러나 분명 만개한 벚꽃처럼 아름다운 대만 소설이랍니다. 국내에 익숙한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라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한 소설가이기도 해요.
두 책 모두 어떻게 보면 아주 흔하고 익숙한 플롯을 가지지만 섬세한 감정선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줘요. 인류의 이야기보따리는 절대 바닥나지 않겠다는 확신을 다시금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두 소설, 보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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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다시 시작하는 첫사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로맨스 #첫사랑
📌 모든 첫사랑은 과거완료...?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알겠지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봄을 맞이하며 로맨스가 필요한 분
👉 치유되지 못하고 곪아버린 과거를 닦아내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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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슬픔을 상징하게 될 벚나무, <적의 벚꽃>
#중화권소설 #사랑 #슬픔
📌 운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
📌 말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착각
📌 슬픔을 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슬픈 이야기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근현대 배경이지만 고전 소설 같은 스타일을 읽어보고 싶은 분
👉 직접적인 서술보다도 부드러운 묘사로 전해지는 분위기를 즐기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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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첫사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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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박민영, 서강준 배우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 소설은 ‘해원’이 학창 시절을 보낸 동네에 다시 내려가 동창 ‘은섭’을 만나며 시작돼요. 학생일 적에는 그리 친하지 않았던 둘이지만, 은섭의 책방 일을 해원이 도와주며 둘은 점차 가까워지죠.
둘 사이의 애매한 분위기는 동창회 자리를 기점으로 확실한 분홍빛으로 변합니다. 클리셰라면 클리셰답게, 은섭이 학창 시절 해원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든요. 은섭은 친구들의 짓궂은 놀림에 “모든 첫사랑은 과거완료”라며 웃어넘기지만, 그날 밤 은섭의 책방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비공개로 올라옵니다.
… 사실 유사 이래 모든 과거는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p.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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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은섭의 첫사랑이 과거완료가 아니라는 암시를 하는 거죠. 아무래도 동창을 만났으면 첫사랑이어야 클리셰고, 첫사랑을 오랜만에 만났으면 현재진행형 사랑이어야 클리셰의 완성이라 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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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다음에 날씨 좋으면 보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p.164)
제목에 쓰인 문구,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와도 비슷한 이 문장은, 해원이 학창 시절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친구 ‘보영’과의 약속을 미루며 한 말이에요. 저 말에 숨은 뜻은 약속을 잠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아예 거절하는 것임을 모두 알고 있죠.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고? 만나지 말자는 소리네. (…) 어떤 식으로 말해도, 절실하지 않은 관계라는 데는 변함이 없어. 진짜로 보고 싶어봐. 눈보라치고 강둑이 범람하고 전쟁이 나도, 만나겠다고 목숨 걸고 달려가는 게 인간들이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p.296)
해원은 보영뿐만 아니라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에서 도망치는 사람이었어요. 예전에 살던 동네로 돌아온 것도 사람들에 지쳐서 그런 것이었고요. 사람을 그리는 게 싫어 인물화를 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던 해원이 소설의 말미에는 보영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보영과 다시는 눈도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이 굴었으면서 말이죠. 또 인물화를 그리지 않는다던 해원은 어디 가고, 먼저 초상화를 그려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해원은 이 마을로 돌아와서 어떤 시간을 거친 걸까요? 역시 그 비결은 은섭, 그리고 오순도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은섭의 책방에 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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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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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과 은섭의 학창 시절은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으로 인해 어두운 면이 있었어요. 그 그림자가 아직도 남아있었고요. 하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 아픔을 꺼내고 서로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할 준비가 된 거죠. 여전히 넘어지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하는 사랑이지만, 이제는 잡아줄 사람이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그래. 가보자. 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 해원의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다. 그는 마치 어떻게 돼도 좋다는 듯이 말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웃고 있어도, 그 눈빛에서 그가 누구보다 상처받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애초에 상처받을 만한 일들을 다 차단한 채 살아왔다는 걸. 그런 은섭을 그녀가 지금 흔들어놓고 있다는 것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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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주로 해원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틈틈이 등장하는 은섭의 비공개 게시글을 통해 그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해원을 아리송하게 만들던 은섭의 속마음이 독자에게, 또 해원에게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읽어보세요.
👉 해원과 은섭의 과거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곳곳에 힌트가 숨어있으니 긴장을 놓지 말고 쭉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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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과 은섭에게 봄이 찾아왔듯, 우리 주변에도 봄이 피어나고 있죠. 봄을 상징하는 여러 꽃 중에서도 대표 격이 되는 건 아무래도 벚꽃이 아닌가 싶어요. 설레는 로맨스와도 직결되는 것이 벚꽃이지만, <적의 벚꽃>은 그런 소설은 아닙니다. 인화된 사진 한 장을 가득 채운 커다란 벚나무가 내내 연상됨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다 읽은 내 손 안에 남은 건 벚꽃잎 한 장뿐인 것 같은, 슬픈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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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상징하게 될 벚나무
<적의 벚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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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떠나면 날마다 여기서 기다릴 거야. 기억해 둬. 진심이니까.” 운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 종종 오래전 농담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극이 되곤 한다. 물론 추쯔의 말은 틀렸다. 떠난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적의 벚꽃, p.53)
<적의 벚꽃>은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제 과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소설이에요.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아내 ‘추쯔’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그리고 영영 사라진 아내를 기다리는 지금까지 이어져요.
추쯔가 주인공을 떠나야 했던 이유, 그럼에도 주인공이 아내 추쯔를 계속해서 기다리는 이유,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손님이 그를 찾아온 이유는 소설이 전개되며 하나하나 드러납니다. 깔끔한 문장으로 명쾌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님에도 책을 덮고 나면 그 답을 찾은 기분이 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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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과 추쯔는 분명 서로를 많이 사랑했는데 왜 이런 비극을 맞이하게 된 걸까요. 주인공이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해요.
말하지 않는 것이 그녀에 대한 사랑이라고, 너무 큰 슬픔을 그녀에게 안겨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어요. 그때 내가 모든 걸 다 털어놓았더라면, 슬픔이 가져다주는 신비한 힘을 그녀가 적당히 감당할 수 있게 했더라면, 어쩌면 좌절이 찾아왔을 때 그녀가 그렇게 급히 떠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적의 벚꽃, p.80)
추쯔는 결혼 후에도 자기 몸에 있는 흉터를 가리고 싶어 했고 주인공도 그 점을 존중했어요. 주인공 또한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었으니 추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다 보니 역효과가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을 너무 어렵게 만든 거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두 주인공은 서로의 아픈 구석을 꺼내놓고 더 단단해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적의 벚꽃>의 두 주인공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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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소설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문장이 소설 전체를 설명해요.
타인의 비극을 내 것으로 삼아 속죄와 희망의 여정을 시작했다. 겉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잃고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녹록지 않은 인생에서 사랑을 빼앗기고 이상이 무너지고 미래가 박탈당한 순간의 이야기다. 이 비루하고 순수한 이야기를 인생의 은유로 삼아, 피할 수 없는 그 길에서 더 이상 빼앗기고 무너지고 박탈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짧게 말하자면, 내가 쓰려고 한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적의 벚꽃, p.13)
슬픔을 쓰려던 것이 아니라는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슬픔을 쓰고 말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이 문장을 보자마자 해독레터 3호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생각났어요. 슬픔에 관해 쓰는 듯하지만 결국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느꼈는데, 이 <적의 벚꽃>은 사랑에 관해 쓰는 듯하지만 결국 슬픔을 담은 소설 같았거든요.
그렇다고 한없이 우울하기만 하거나 삶을 비관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소설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또한 자주 언급되는데요, 주인공의 업무와 관련되어 등장해 주요 플롯과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노인과 바다>의 명언이 <적의 벚꽃>에도 적용된다고 느꼈어요. 그 명언은 바로 ‘인간은 파멸될 순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결국 이 소설도 슬픔을 쓰고 있지만 그게 진짜 결말은 아니라고 믿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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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책의 모든 페이지 하단에는 벚꽃잎 하나가 외롭게 떨어져 굴러다니는데요. 사소한 디테일인데도 마음에 남아서, 종이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피사체이자 매개체인 벚나무를 떠올리며 읽어보세요.
👉 국내에 익숙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책 말미에 추천사가 몇 편 포함되어 있어요. 추천사이지만 동시에 해설 같기도 한 이 부분도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감상을 받으실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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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소재로 두 사랑 소설을 가져왔지만 실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들이었어요. 봄이 갖는 의미도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수 있겠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은섭은 이벤트를 준비하며 책방을 새로 단장해요. 그러면서 여러 주제를 중심으로 서가를 나누는데요, 그 주제 중 하나가 ‘봄을 기다리며 읽기 좋은 소설’입니다.
님이 생각하는 봄을 기다리며 읽기 좋은, 아니면 봄에 어울리는 소설은 무엇이 있나요? 이번 레터의 답장으로 알려주시면 4월의 해독레터에서 함께 나눌게요. 해독레터의 봄 책장이 가득 차길 바라며, 해독레터는 4월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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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해독레터, 재밌게 읽으셨다면 응원 한 방울을 넣어주세요!
방울방울 모아서 백 배 더 맛있는 해독레터로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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