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닮은 두 책의 비밀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오늘의 해독레터 도서 선정 이유는 조금 독특해요. 바로 표지가 많이 닮은 두 권의 책이거든요. 한 권을 먼저 읽으면서 자꾸만 무언가 생각이 난다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비슷한 느낌을 주는 표지를 가진 책이 한 권 더 떠오르더라고요.
그 첫 번째 책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창의성의 기원>, 그리고 두 번째 책은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입니다. 책의 표지가 닮은 것이 우연한 일인 줄 알았는데, 두 책 모두 북디자인은 박연미 디자이너, 표지 그림은 엄유정 작가가 맡았더라고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책이 이래서 닮은 거구나,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의문이 해결되지 않죠. 북디자이너가 아무 이유 없이 두 책을 비슷한 분위기로 구상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북디자이너가 느꼈을 두 책의 유사성을 고민하며 책을 읽어보았고, 이것이 이번 해독레터를 쓰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창의성의 기원>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어떤 점이 또 닮았을까요? |
|
|
🍊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창의성의 기원>
#과학 #생물학 #예술
📌 과학자가 말하는 인문학
📌 지금 우리 인문학의 한계
📌 인류의 존재 이유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인간성에 관한 고민을 자주하는 분
👉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좋아하거나 이에 관심을 가진 분
|
🍑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생존의 필수 요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과학 #인문학 #적자생존
📌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 표지 선택의 이유
📌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때, 다정함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확인받고 싶은 분
👉 다정함이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한 역사와, 앞으로 발휘할 모습을 읽고 싶은 분
|
|
|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창의성의 기원> |
|
|
창의성은 우리 종을 정의하는 독특한 형질이다. (…)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독창성을 향한 내면적 추구다. 창의성의 원동력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새로운 실체와 과정의 발견, 기존 도전 과제의 해결과 새로운 과제의 발굴, 예기치 않았던 사실과 이론의 심미적 놀라움, 새로운 얼굴의 기쁨, 새로운 세계의 전율 같은 것들이다. (창의성의 기원, p,15)
저는 읽을 책을 고를 때 책의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책의 첫인상과 실제 독서 경험이 다른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 책도 그랬어요. 특히나 이 책은 여러 번 반전을 경험했답니다. |
|
|
처음에는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인문학 도서인 줄 알았는데, 책을 펼쳐보니 창의성을 시작으로 인간성을 탐구하는 생물학 도서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더 읽다 보니 생물학을 근거로 다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옮긴이의 말에 적힌, ‘이 책은 창의성이라는 화두를 인간의 이해와 존재 의미라는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는 설명이 아주 정확한 것 같네요. |
|
|
제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금 우리 인문학의 한계를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으며 이것이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에는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지만, 왜 인문학의 가치가 절하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습니다.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창의성을 포함해 어떤 생물학적 현상을 온전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세 수준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 그것은 무엇일까? (…) 그것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 애초에 그 현상과 그 선결 조건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창의성의 기원, p.17)
저자가 말하는 세 수준의 질문은 간단하게 말해 ‘무엇’, ‘어떻게’, ‘왜’입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을 모두 던지고 고민해야 하는데, 인문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무엇’이라는 질문만 다뤄왔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어떻게’, 그리고 ‘왜’에 관한 질문의 답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것이 만들어지던 시절을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문학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인간의 감각과 감정, 인간성 등이 자리 잡기 시작하던 선사 시대를 들춰봐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인문학이 만들어진 이후만을 배경으로 삼고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이것이 우리의 한계를 만듭니다. |
|
|
기본적으로 우리는 인류의 의미를 더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를 말이다. 게다가 지구에 우리보다 앞서 우리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존재가 전혀 없었는지도. 우리가 찾아 나설 성배는 의식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기원했는가 하는 것이다. (창의성의 기원, p.239-240)
우리가 놓쳤던 부분을 여러 관점으로짚어나가던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왜’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집니다. 인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감정과 창의력까지 지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야기를 하며 책을 마무리하는데요, 이 부분을 읽으며 제가 계속 느끼던 기시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표지를 그린 엄유정 작가의 그림을, 또 다른 책에서도 보았다는 게 딱 떠오르더라고요.
해독레터와 오래 함께하셨다면 님도 정답을 아실지도 몰라요. 바로 해독레터 14호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김보영 작가의 SF 연작소설, <종의 기원담>의 표지 또한 엄유정 작가의 작품이거든요.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는 로봇들이 주인공인 내용으로, 인간성에 관해 고민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이 책도 공유하고 있죠. <종의 기원담> 또한 많은 고민을 하게 한 책인데, <창의성의 기원>을 쓴 윌슨의 말처럼 ‘왜’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그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
|
😋 이렇게 마셔보세요
👉 많은 내용을 한 권에 담느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벅차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인 ‘제3차 계몽 운동’부터 읽고 처음부터 읽는다면 이야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감을 잡기 편할 것 같아요.
👉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기를 추천합니다. 마지막 장은 책을 끝맺는 부분이라 얕은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지만, 그 외에는 한 줄기로 쭉 파고드는 듯한 흐름이거든요. 천천히 시간을 갖고 읽으면 충분할 거예요.
|
|
|
🧃🧃
생존의 필수 요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
|
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p.20)
‘적자생존’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개념이 대중의 상상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다윈이 말하는 적자생존에서 ‘적자’란 단순히 신체적으로 강한 자가 아닙니다. 다윈과 근대의 생물학자들이 제시한 ‘적자생존’이란,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 이상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능력 중에는 협력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
|
|
처음에 <창의성의 기원>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해독레터에 함께 소개하기로 했을 때는 그저 비슷한 표지, 그리고 인간성을 소재로 삼을 생각이었어요. 각기 다른 인간성, 그러니까 창의성과 다정함을 주제로 삼으려고 했죠. 그러나 다시 살펴보니 두 책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창의성의 기원>에서도 인간의 친화력을 자주 이야기하더라고요.
인간 본성의 한 가지 두드러진 감정 형질은 동료 인간들을 자세히 지켜보고, 그들의 인생사를 알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성격과 신뢰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동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서 감정을 알 뿐 아니라 공유하면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원한다면 그것을 인간의 본능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런 활동들 전체는 생존과 번식을 통해 보상을 안겨 준다. 수다 떨기와 이야기하기는 다윈주의적 현상이다. (창의성의 기원, p.231-232)
안정한 사회의 가장 성공한 구성원은 공감 능력이 강하다는 내용이나, 다양한 집단에서 유래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친근한 의도의 웃음이 더 흔하다는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책의 말미에서는 아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같은 요지의 말을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박연미 디자이너도 엄유정 작가의 그림, 그것도 두 사람이 붙어있는 이미지를 표지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두 책 모두에서 한 걸까요. |
|
|
우리 종이 다른 사람 종들을 정복할 무기를 생각해낸 이래로 우리는 지능을 과하게 강조해왔다. 우리는 지능을 토대로 확고한 구분선을 긋고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잔인한 고통을 가해왔다. (…)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p.300)
다정함, 협력, 친화력, 사회성. 이 외에도 여러 단어로 색을 바꾸어 등장했지만, 사람이 사람 속에 어우러지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는 시선은 모든 나라와 시대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념이 우리에게 혁신적인 이야기처럼 새롭게 다가오며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지금의 우리에게 이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개인주의도, 경쟁도, 모두 필요한 일이지만, 적과 싸우는 것도 친구가 있을 때 더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적과 싸우는 이유는 적을 정복하기 위함보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점,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
|
|
😋 이렇게 마셔보세요
👉 감수의 글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본 도서에 저자가 직접 쓴 감사의 글은 있지만 에필로그는 따로 없기 때문에, 책을 감수해 주신 박한선 선생님의 글이 에필로그의 느낌을 주기도 해요. 그러니 그저 그런 부록이라 생각하지 말고 꼭 감수의 글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 다른 동물의 사례가 많이 등장해요. 워낙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많아서, 하나하나의 사례를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우화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접해도 좋을 것 같네요.
|
|
|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창조성의 이미지는 비범한 천재가 홀로 오랜 시간 몰입하고 집중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창조적인 작업은 정지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진짜 나다운 것은 너를 보살피고 너에게 침범당하며 너와 뒤섞이는 와중에 만들어진다. 진짜 창조물은 머리만이 아니라 손발과 팔다리로, 마음과 오장육부를 거쳐 만들어진다. (돌봄과 작업, p.18)
<돌봄과 작업>이라는 책의 에디터 노트에 쓰인 문장인데요(이 책의 북디자이너도 박연미 디자이너라는 놀라운 우연…) 창조물은 온몸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 문장 속 창조물은 인간의 창조물을 말하는 것이지만, 사실 어찌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창조물이잖아요. 하나의 인간, 하나의 인격이 형성되는 것도 결국 온몸을 거쳐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겠죠.
오늘의 레터는 이만 여기서 정리할까 하는데요,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아쉬워해주시길!). 오늘 보내드리는 25호는 해독레터 시즌1의 마지막 레터입니다. 그동안 님, 그리고 많은 분들과 함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즐겁고 감사했어요. 님의 도파민 해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레터이지만 사실 저 자신의 도파민 해독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시즌2가 언제 시작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쪼록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뵐 수 있길 바라요. 그간의 해독레터가 님의 해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올 해독레터 시즌2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알려주세요. |
|
|
스물다섯 번째 해독레터, 어떻게 읽으셨나요? 해독레터는 님의 의견이 제일 궁금해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