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소설이면 무조건 재밌잖아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요즘은 친구를 만날 때 새로운 안부 인사가 하나 추가된 것 같아요. “너 듄 봤어?” 이 질문을 많이 하기도 하고 많이 듣기도 하더라고요. 님은 보셨나요? 혹시 보셨거나, 보실 예정이라면 오늘 레터를 더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거든요. 앗, 그렇다고 듄의 원작 소설을 소개하진 않을 거예요. 그건 너무 뻔하잖아요.
<듄> 시리즈와 최근 개봉한 엠마 스톤 주연의 영화 <푸어 띵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았다는 <미키17>까지,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이에요. 어떤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재미가 보장되는 것 같죠. 그래서 이번엔 수많은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SF 소설 작가, 필립 K. 딕의 작품을 첫 번째 책으로 가져왔어요.
바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인데요. 이 소설을 영상으로 만든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블레이드 러너 2049> 모두 높이 평가 받는 영화라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듄 시리즈와 감독이 같답니다.
영화 이야기가 너무 길었군요…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로봇들이 등장해 인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이라서요. 같은 질문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던지는 소설,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을 두 번째 책으로 소개할게요. 한국 SF 최초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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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인간만이 갖는 특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영미소설 #SF #AI
📌 도망친 안드로이드를 쫓는 인간 사냥꾼
📌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려면?
📌 양과 전기양, 인간과 전기인간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인간성, 인간의 본질에 관한 고민을 하는 분
👉 여러 영화의 뿌리가 된 작가가 궁금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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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무기물이 생물인 세상, <종의 기원담>
#김보영 #SF #AI
📌 신(?)은 그 자신의 모습을 본떠 우리 로봇을 만드셨다.
📌 유기물에게 생명이 있다니 무슨 소리야
📌 인간들의 믿음과 로봇들의 믿음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현실과 정반대로 상상하기를 즐기는 분
👉 SF 장르에서만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설정을 좋아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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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만이 갖는 특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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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은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을 정도로 저명한 작가예요. 독창적인 상상력 덕분인지 그의 소설은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죠. <매트릭스>나 <트루먼쇼>, <인셉션> 같은 영화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요. 위의 두 영화는 모티브가 된 정도이지만, 아예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 것도 많거든요. 그중 하나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바탕이 된 소설이자, 오늘 소개할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입니다.
이 책에는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인간과 닮은 인공물, 안드로이드가 등장해요. 이들은 원래 화성에서 인간의 노예처럼 쓰이지만, 가끔은 자신의 자리에서 도망쳐 나와 지구에 숨어듭니다. 주인공 ‘릭’은 이런 도주 안드로이드를 잡아 폐기 처리를 도맡는 현상금 사냥꾼이에요. 그가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선 꼭 도주 안드로이드를 잡아들여 현상금을 받아야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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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닮았다는 건 과장이 아니에요. 맨눈으로 알아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해도 이상한 점을 알기 어렵죠. 그렇다면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책에서 나오는 방법은 ‘감정 이입 테스트’입니다. 신체 반응을 면밀히 감지하는 기기를 몸에 부착시키고,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암시하는 문장을 말하는 거예요. 이때 부자연스럽거나 뒤늦은 반응을 보이면 안드로이드로 판단합니다. 공감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안드로이드들은 타인의 고통에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을 보일 수 없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하지만 이 방법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 또는 반대로 공감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안드로이드가 있을 가능성은 없을지 궁금해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가 정말 공감 능력일지, 이 부분에서 정말 인간이 우월한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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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좀 독특하죠. 여기까지 읽으셨을 때는 왜 저런 제목이 정해졌는지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기양은 말 그대로 전기로 움직이는 동물 양을 말하는 거예요. 이 소설의 배경에서는 동물이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하곤 살아있는 동물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죠.
동물이 비싼 이유는 희귀하기 때문도 있지만, 모두에게 필수적인 재산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자신이 ‘감정’을 가진 진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이 바로 동물을 키우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진짜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기로 가짜 전기 동물을 키우면서, 가짜임이 들킬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릭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현상금을 탐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릭의 양은 진짜 생물이 아닌 가짜 전기양이거든요. 양과 전기양,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겹쳐보며 읽는 것도 재밌는 방법이에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영어 원제는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인데요, 이는 두 가지 방법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이 레터에서 소개하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판본처럼 번역하는 경우도 있고요, 폴라북스 출판사의 판본처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로 번역하기도 해요. ‘전기양을 꿈꾸는 것’과 ‘전기양의 꿈을 꾸는 것’, 이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무엇이 더 정확한 번역일지, 하나의 답이 있다기보다는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중의적인 의미일 수도 있고요. 직접 읽어보고 님이 생각하는 의미를 찾아보시면 더 흥미롭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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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주인공 릭의 고민과 혼란에 함께 하며 읽어 보세요. 주변인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기 자신마저도 의심해야 하는 주인공. 그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 주요 플롯도 흥미롭지만, 상징처럼 사용되는 듯한 주변 설정도 재밌거든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인물, ‘윌버 머서’와 ‘버스터 프렌들리’가 갖는 의미를 비교하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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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해요. 황폐해진 지구에 대부분의 사람이 화성으로 떠나갔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먼 미래지만, 이보다 더욱더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떨까요? 모든 동식물이 멸종한 뒤,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는 소설, <종의 기원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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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그 자신의 모습을 본떠 우리 로봇을 만드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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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그 자신의 모습을 본떠 우리를 만드셨다. (종의 기원담, p.9)
책의 첫 번째 문장이에요. 꽤 익숙한 문장이죠, 신이 자신과 닮은 존재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건 여러 종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설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로봇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신’은 누구일까요? 예상하셨겠지만, 바로 ‘인간’입니다.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은 3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에요. 로봇보다 앞서 지구를 장악했던 생명체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채로, 자신들만의 문명을 꾸리고 살아가던 로봇들이 인간의 존재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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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로봇 이전에 존재했을 생명체에 관한 가설을 떠올린 것은 주인공 ‘케이’인데요, 1편부터 3편까지 케이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흥미로워요.
“생명은 자신의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야 하며, 칩이 있어야 하고, 공장에서 만들어져야 하네. 자네의 유기물이 그중 어느 조건에 부합하지? (…) 우리가 무생물이다! 철학의 영역도 넘어서는 발언이로군. 로봇류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겠는데.” (종의 기원담, p.70-71)
유기물도 생명일 수 있지 않냐는 케이의 조심스러운 주장에 반박하는 교수의 대답입니다. 황당한 것을 넘어서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이죠. 로봇들에게는 무기물이 생물이며 유기물이 무생물이거든요. 제가 잘못 말한 게 아니고, 정말 무기물이 생물, 유기물이 무생물이라고 믿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로봇들이 갖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지금보다 10만 년이 더 지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환경오염이 심해져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멸종했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지구에는 로봇들만 살아가고 있어요. 그 상태로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은 창조주와 같은 추상적인 존재로, 인간이 입력해 놓은 명령들은 로봇의 본능이나 자연의 순리, 혹은 종교적 교리로만 남았죠. 마치 인간의 여러 종교나 신화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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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같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의 또 다른 공통점이에요. <종의 기원담>에서는 인간이 로봇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머서주의’라는 믿음이 만연한 시대거든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각과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기기를 자주 이용하며 믿음을 강화해요. 같은 기기를 이용해도 안드로이드는 이 체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이를 즐기며 자신의 인간성을 스스로에게 증명합니다.
두 소설 속 믿음의 주체와 대상은 각기 다르지만, 그 믿음으로 주체들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같아요. 실은 모든 ‘믿음’이란 것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요. 이들의 믿음은 끝까지 견고하게 지켜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이미 스포일러가 된 것 같기도 하지만요,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애쓰는지, 믿음이 깨진다면 개인과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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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로봇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과거의 흔적들이 지금 우리의 무엇을 말하는 건지 연결하며 읽어보세요. 풍자 소설처럼 재밌기도, 잔인하기도 합니다.
👉 작가는 우리가 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로봇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었겠지만, 우리 독자는 다시 거꾸로 생각하게 돼요. 소설 속 로봇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현실의 우리가 신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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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르가 그렇지만, SF는 호불호가 유난히 뚜렷한 장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SF 소설을 연달아 두 권 소개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SF를 터무니없는 설정이 들어간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현실에서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을 극대화해 재조명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신다면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다음에는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들고 오려고 해요. 님은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잘 모르지만 앞으로 알아가고 싶은 분야는요? 해독레터에게 알려주신다면 참고해서 더 좋은 해독레터를 보내드릴게요.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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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번째 해독레터, 재밌게 읽으셨다면 응원 한 방울을 넣어주세요!
한 방울만 넣어주시면 백 배 더 맛있는 해독레터로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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