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심리 묘사 독문학 2선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5월의 마지막 주에는 이벤트를 안내하는 레터를 하나 받아보셨을 텐데요. 해독레터의 첫 번째 해독 주스를 골라 주실 구독자분을 찾고 있었거든요. 신청이 몇 가지 들어왔고, 그중 두 가지를 골라 이번 레터와 다음 달 레터에서 소개하도록 할게요. 모든 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지 못해서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또 다른 기회에라도 꼭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레터는 뿡이님이 골라주신 첫 번째 해독 주스로 시작합니다. 바로 오스트리아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이에요. 뿡이님은 충실한 심리 묘사, 흥미로운 인간 중심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고, 탁월한 문장력 또한 맘에 든다고 하셨어요. 덧붙여 말씀해 주신 책으로는 슈니츨러 작품선이 있는데, 두 책 모두 독일어 문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그러고 보니까 해독레터에서 한 번도 독문학을 다룬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독문학을 다뤄볼까 합니다. 그렇게 두 번째 해독 주스로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를 고르게 되었는데요, 이미 유명한 책이라 뿡이님이 먼저 읽으신 게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두 권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는 또 다를 테니까 신선하게 읽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뿡이님 추천의 첫 번째 해독 주스부터 맛보러 가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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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억제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욕망, <감정의 혼란>
#독문학 #존경 #열정
📌 교수님을 너무 존경해서 자발적 노예가 된 사람이 있다..?
📌 교수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feat. 잘못된 만남
📌 변덕은 당연한 거야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강렬한 감정 묘사로 전개되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
👉 호소력 짙은 고백을 듣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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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삶을 200% 살아야만 하는 여자, <삶의 한가운데>
#독문학 #사랑 #자매
📌 18년의 짝사랑
📌 액자 속 액자 속 액자 구성 어떠세요
📌 이성적이기에 감정적인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감정에 대한 이성적 탐구를 즐기는 분
👉 중년이 된 고전 로맨스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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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제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욕망
<감정의 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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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을 너무 존경해서 자발적 노예가 된 사람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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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은 어느덧 환갑이 된 주인공 ‘롤란트’가 자신의 대학시절을 회고하며 당시의 은사님을 떠올리는 이야기입니다. 정갈한 말투 아래,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아야겠다는 간절함이 느껴져서 더욱 귀기울이게 돼요.
순수한 존경의 마음을 담은 남자의 열정이 한 여인에게 향하게 되면, 그 열정은 무의식중에 육체적인 결합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이끌리게 됩니다. (…) 그렇지만 남자가 남자에게 바치는 정신의 열정, 충족되지 않은 그 열정은 어찌해야 완전함에 도달할 수 있었겠습니까? (감정의 혼란, p.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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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롤란트는 베를린에서의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요.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롤란트는 선생님의 정열에 반해 그를 숭배하다시피 합니다. 그의 제자이자 하숙생이 되기를 자처하며 요즘으로 따지자면 스스로 대학원생의 길을 걷기로 선택한 것 같기도 한데요.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아내와 저녁을 함께하고, 건강을 해쳐가며 연구에 헌신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롤란트의 열정을 칭찬하지도, 그의 존경을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차갑고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선생님의 태도는 롤란트에게 큰 혼란과 고통을 안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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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feat. 잘못된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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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픔은 롤란트를 새로운 인물에게로 이끕니다. 바로 소설의 또 다른 주요 인물, 선생님의 아내예요. 선생님은 비단 롤란트에게만 차갑지 않아요. 자신의 아내에게는 더더욱 냉랭한 사람이죠. 선생님은 항상 아내를 무시하고 소외하고, 아내 또한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롤란트와 선생님의 아내, 선생님에게 무시당하는 두 남녀는 기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지애를 느껴요. 고전 소설의 전개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하실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의 동지애는 결국 육체적 관계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녀의 고백은 그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낀 내 감정과도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종잡을 수 없는 증오를 함께 느끼며 서로 사랑이라도 하는 듯 행동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육체가 서로를 격렬하게 탐닉한 반면, 두 사람 모두 또다시, 그리고 언제나 오직 그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말했습니다. (감정의 혼란, p.167)
선생님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된 행위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생님을 배반하는 결과를 만든 거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지만 스스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겨웠던 롤란트는 도망치고자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롤란트를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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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이 롤란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격정적으로 학업에 임하다가도 어느 순간 만사에 무기력해지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롤란트를 지켜보고 있자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거든요.
선생님의 변덕을 지켜보는 롤란트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다행히도 소설 속 롤란트는 소설 끝 무렵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변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여기, 한 인간이 그의 삶을 자신의 가슴에서 한 조각 한 조각 떼어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 세상의 감정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다는 것을 처음으로 똑똑히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의 혼란, p.182)
감정이란 원래 그런 것임을, 롤란트가 선생님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에요. 이 부분까지 읽고 나면 우리도 변덕스러운 롤란트를, 그리고 사실은 롤란트만큼이나 변덕스러운 우리 자신을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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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선생님과 선생님의 아내는 서로의 양극단에 위치한 두 인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양면성처럼 느껴지거든요. 세 인물 사이의 관계 중 가장 덜 조명되는 관계이지만 이 둘 사이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 이 소설은 롤란트의 과거 회상으로 전개되고, 선생님 또한 책 말미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털어놓아요. 두 인물은 각자 그 이야기들을 왜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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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강렬한 감정과 사랑을 다루는 소설, <삶의 한가운데>를 이어서 살펴볼게요. 감정을 다루는 것은 첫 번째 책과 비슷하지만, <감정의 혼란>이 감각적인 책이었다면, <삶의 한가운데>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탐구욕이 더 느껴지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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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200% 살아야만 하는 여자
<삶의 한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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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8년 동안 당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록했고 모든 것을 모았소. 나는 헬레네에게 이 꾸러미를 당신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소. 단, 당신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에 맞추어 달라고 했소. 그때쯤 되면 이런 것이 당신의 마음을 혼란케 하지는 않을 것이오. 다만 당신은 이것을 읽으면서 더 이상 나에게 반박하지 못할 것이오. 유감스럽겠지만. (삶의 한가운데, p.34)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는 평범한 중년의 의사 ‘슈타인’이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소녀 ‘니나’를 만나며 일어나는 일을 다뤄요. 의사와 환자로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 시간 동안 슈타인은 계속해서 니나를 사랑하지만, 니나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거나 결혼을 하는 등 인생의 큰 굴곡을 몇 개씩 오르내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니나가 슈타인을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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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독특한 구성 방식이에요. 소설의 주를 이루는 것은 슈타인의 일기와 편지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슈타인의 기록은 그가 죽은 후 니나에게 보내지고, 니나는 이 글들을 친언니 ‘마그레트’와 함께 읽어요. 우리는 마그레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 구조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가장 먼저 슈타인의 기록을 통해서, 그다음에는 그걸 읽으며 당시를 회상하는 니나의 증언으로, 마지막에는 제3자로서 그들을 지켜보는 마그레트의 시점으로 접할 수 있거든요. 마치 액자 속 액자 속 액자 구성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소설의 화자는 니나의 언니 마그레트이지만, 독자가 가장 내밀하게 공감하는 것은 슈타인이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니나가 되어버려요.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삶의 한가운데, p.7)
주인공인 니나와 화자인 마그레트가 꽤나 다른 인물이라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둘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자매인 데다가 성격도 달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어요. 각자 마흔과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다시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죠. 두 자매가 연애편지를 읽으며 수다를 떤다는 설정은 꽤 흔하지만, 그게 소녀가 아닌 중년의 여성들이라는 점이 독특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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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두 잔의 해독주스 모두 독자가 주인공에게 이입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기보다는, 관찰자 시점으로 그들을 지켜보길 유도하는 것 같죠. <감정의 혼란>에서는 화자인 롤란트 앞의 청중이 되어서, 그리고 <삶의 한가운데>에서는 마그레트의 입장을 빌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지켜볼 기회를 얻습니다.
자기 자신, 더 나아가서는 인간 그 자체와 거리를 두고 관찰하려는 노력은 소설 속 니나가 계속했던 일이기도 해요. 니나는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을 통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전합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게 바로 이거야. 우리는 착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영웅적이면서 비겁하고, 인색하면서 관대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다는 것, 그리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말야.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도 그것을 간단하게 만들려는 게 나는 싫어. (삶의 한가운데, p.151)
인생이 이성적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니나는 그 사실에 분노하는 것 같기도,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지극히 이성적이면서, 동시에 충동적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때로는 열변으로, 때로는 궤변으로 삶과 운명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니나를 보고 있으면 그와 사랑에 빠진 슈타인, 그리고 평탄하지 못한 동생의 삶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은근히 동경하는 듯한 마그레트의 마음에 공감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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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전해 듣는 이야기에는 항상 한 가지 문제점이 있죠. 왜곡이 일어났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전해지는 이야기 사이에 어떠한 왜곡이 일어나지는 않았을지 상상하는 맛이 있습니다.
👉 니나와 마그레트의 관계처럼 중요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슈타인과 그의 여동생 ‘헬레네’의 관계도 꾸준히 등장합니다. 자매는 서로의 모든 것을 알거나 모든 것을 모른다면, 남매는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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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에서는 심리 묘사가 뛰어난 두 문학 작품을 소개해 드렸어요. 두 작품 모두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면모를 지닌 주인공을 가지죠. 바로 이 점이 문학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실에서 만나면 당황스럽고 거북할 것 같은 인물도, 작품 속에서 만날 때는 궁금증을 야기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열쇠가 되죠. 이런 경험은 내 주변 인물을 이해하거나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롤란트나 니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작품에서 독특한 인물들을 만나셨을 것 같아요.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공감은 할 수 없는 경험을 종종 하셨을 텐데요. 이들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지만 이들만의 매력이 또 있죠. 님이 만난 그러한 인물들을 소개해 주세요. 제게 알려주시면 언젠가 해독레터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른답니다.
아참, 오늘의 레터를 마치기 전에, 다음 해독레터에는 작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려드릴게요. 평소 도파민 해독을 같이 하고 싶었던 친구가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이벤트에 참여하기 훨씬 쉬울 거예요. 저는 미리 알려드렸습니다!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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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해독레터, 어떻게 읽으셨나요? 님의 의견이 필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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