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얼마나 잘 쉬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벌써 7월이 왔어요. 이말인즉슨, 2024년의 절반이 흘러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님의 2024년 상반기는 어떻게 지나갔나요? 올해 세우신 목표는 얼마나 지키셨……냐는 뻔한 질문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렇게 여쭤볼게요. 올해는 얼마나 잘 쉬고 계신가요?
오늘의 해독레터는 지난 5월 안내했던 구독자 이벤트를 통해 선정된 책으로 만들어졌어요. 익명의 구독자님이 대신 읽어주길 신청하신 도서 <게으르다는 착각>이 딱 한 해의 반을 회고하기에 좋은 책일 것 같더라고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반년이 지나버렸다’고 생각 중인 분들, 주변인 또는 스스로의 ‘갓생’에 지쳐가는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변론서, <게으르다는 착각>은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에요.
이 책을 대신 읽어달라고 하신 구독자님은 과학 도서,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다고 하셨거든요. 그 취향을 적극 반영하여 함께 읽을 책으로는 각종 설문과 연구를 바탕으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를 설명하는 <잘 쉬는 기술>을 골라보았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휴식이 필요한 이유부터, 질 좋은 휴식을 취하는 방법까지 쭉 안내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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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변론서, <게으르다는 착각>
#인문학 #자기착취 #번아웃
📌 생산적인 인간만이 가치 있다는 사회적 세뇌
📌 게으름을 두려워하지 말 것
📌 일 좀 '덜' 하세요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갓생’을 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분
👉 ‘갓생’을 살고 있지만 점점 지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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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법 10가지, <잘 쉬는 기술>
#자기계발 #휴식 #무상무념
📌 휴식 결핍 시대
📌 우리, 죄책감 없이 TV 봅시다
📌 최고의 휴식법은 아무래도… (주작 아님)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더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신 분
👉 쉼이 시간 낭비 같아 마음껏 쉬지 못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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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변론서
<게으르다는 착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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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게으름’으로 비난받는 행동과 사회가 ‘게으르다’고 치부하는 사람을 전폭적으로 옹호하는 변론서다. 과도하게 매진할 위험이 있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경계를 잘 설정하는 법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당신이 가진 최악의 두려움, 즉 구제 불능인 게으름뱅이가 될 것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밝혀 큰 안도감을 줄 것이다. (게으르다는 착각, p.19)
이 책을 쓴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는 게으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우리가 싫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삶의 태도, 게으름이란 사실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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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이 단순히 게으름뱅이를 위로하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게으름이라는 개념이 미국 사회에서의 청교도와 함께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해요. 신의 소명에 따라 근면성실한 일꾼은 선한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악한 사람이죠. 이러한 교리는 노예들을 부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요.
노예 제도는 사라졌지만, ‘자본주의의 노예’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존재하죠. 이제는 자본주의와 성과주의 아래에서 이 믿음이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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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게으름이라는 신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본 저자는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며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우리가 나쁜 행동으로 치부하는 게으름이 실은 과로, 정신건강, 열악한 환경 등에 대한 투쟁의 징후이며, 내가 ‘게으르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개인의 삶이나 환경에 문제가 있으니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라고요.
에너지나 동기가 없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피곤하고 소진된 사람들은 수치스러운 내면의 악인 ‘게으름’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 기초적인 욕구를 가진 것을 비난하는, 요구가 과도하게 많은 일중독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게으르다는 착각, p.19)
여기까지 읽고 나서 분명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거예요. ‘아, 이 저자는 진짜, 진짜 게으른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거다’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데번 프라이스가 나를 만나보았다면 게으름이 실존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하지만 저자는 저 같은 사람도 충분히 만나보았나 봅니다. 다양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책 속의 사례로 만나며 자기 자신 또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는데요, 이들이 ‘게으른’ 이유를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점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잠시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 거라면 단기적으로 바쁘게 살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장기전이잖아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해요. 이것이 생산성을 도리어 높이는 길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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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중독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쓴 책이지만 지금의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정말 많더라고요. 미라클 모닝으로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갓생을 위해 짧은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아요. 디지털 업무 도구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연장근무가 이어지고, 부업을 가지는 경우도 허다하죠.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금 충분히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8시간이 적정 근무 시간처럼 인식되고 있지만(이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기준은 단순 반복 노동이 주가 되던 시절 만들어진 것이기에 복잡한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에게는 8시간 일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일이거든요. 그러니 그 시간 전부를, 또는 그 시간 이상을 일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닌 거죠.
그러니 우리는 떳떳하게 일을 ‘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자본과 성과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회에서 혼자 이것을 선언하는 것은 사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겠죠. 그래서 저자는 일과 내 삶의 경계를 지어 초과근무를 하지 않고, 나를 위한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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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전체 책은 7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게으름에 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4장까지이고, 그 이후는 조금 더 넓은 주제의 이야기를 해요. 뒤에도 물론 좋은 부분이 많지만 게으름이 특히 궁금하시다면 앞부분에 집중해서 읽으셔도 좋아요.
👉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모두 누군가 게으르다 남을 탓하기보다, ‘내가 게으르다’며 자책하더라고요. 게으름이라는 죄를 만든 사회적 구조를 지적하는 책임과 동시에, 아무도 나보고 게으르다고 하지 않는데 나 혼자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고 있던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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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독 주스를 통해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죠. 휴식의 중요성을 배웠고 휴식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도 알게 됐지만, 그다음에는 이런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건 어떻게 쉬는 건데? 놀아본 적 없는 사람은 잘 놀 줄도 모른다는 말처럼, 쉬어본 적 없는 사람도 잘 쉴 줄 모르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두 번째 해독 주스를 골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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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법 10가지
<잘 쉬는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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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을 향한 열띤 관심은 단순히 일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서 온전한 휴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그냥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여가나 취미 ‘활동’을 해야 하고, 이런 활동은 또 생산적인 결과를 내거나 경제적 이익까지 내야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활동 외에도 온전한 ‘휴식’이 갖는 의미는 분명 있습니다. 이렇게 말만 해서는 게으름뱅이의 핑계처럼 들릴 것 같아 휴식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심리학 강사 클라우디아 해먼드는 현재 휴식 시간과 이상적인 휴식 시간,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활동 등에 관한 질문을 만들어 135개국의 1만 8천 명에게 일명 ‘휴식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상위 10개의 휴식 활동을 추려서 이 책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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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차를 보면 그 상위 10가지 휴식 활동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데요, 그중 9위가 단연 눈에 띕니다. 바로 텔레비전 시청하기거든요(대표적인 매체로서 텔레비전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 체험을 포괄해요).
예로부터 바보상자로 불려 온 텔레비전, 지금은 여러 플랫폼과 기기가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그 부정적인 인식만은 여전하죠. 그런데 이런 텔레비전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긍정적 효과를 본 휴식 활동이라고 해요.
텔레비전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끔찍했던 하루를 다시 살거나 내일을 염려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이다. 얼마 동안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딴 데로 팔려 잡다한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 (잘 쉬는 기술, p.61)
우리가 원래 텔레비전에 갖고 있던 인식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에요. 사회적 단절, 중독 등의 문제는 저자도 알고 있으며 책에서도 이를 경고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텔레비전 시청은 효과적인 휴식이고, 문제가 되는 건 텔레비전 그 자체보다도 텔레비전 시청 후 스스로 갖는 죄책감이라고 하네요. 우리 앞으로 텔레비전을 볼 때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자고요. 나는 어차피 휴식을 취하는 중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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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휴식 테스트가 도출한 최고의 휴식법은 무엇일까요? 질리시겠지만… 1위 휴식 활동은 역시 책 읽기라고 하네요. 휴식 테스트의 응답을 통해 나온 답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여러 실험이 독서가 신체와 정신의 휴식에 효과적임을 증명했습니다.
독서는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활동인 것 같은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신기하죠. 하지만 몇 백 년 전만 해도 독서가 휴식인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고 해요. 18세기의 잉글랜드에서는 아예 독서 활동은 음주 활동과, 도서관은 술집과 다름없다고 비난받을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책은 소설가이자 심리학자인 찰스 퍼니호의 예시를 들기도 해요.
그는 자신이 매우 산만한 독자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산만함이야말로 자신이 책 읽기를 그토록 즐기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는 독서 중간에 집중을 깨는 순간의 특별한 어떤 것이 잡념, 다시 말해 사유의 자유로운 방황을 허용하는 휴식으로 가는 직항로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잘 쉬는 기술, p.342)
인지적 노력을 요하는 지적 활동인 줄 알았던 독서는 의외로 공상과 잡념을 촉진하는 활동이래요. 책을 읽을 때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딴생각을 하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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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셔보세요
👉 사실 이 책이 말하는 10가지 방법만 놓고 보자면 뻔한 내용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학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내게 효과적인 휴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 특히 에필로그에는 ‘휴식을 위한 최고의 처방’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맞는 휴식을 찾는 방법이 나와 있으니 잘 읽고 님만의 휴식 방법을 찾는 데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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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독 주스 <게으르다는 착각>, 그리고 두 번째 해독 주스 <잘 쉬는 기술> 모두 휴식의 중요성과 방법에 관한 책이었어요. 올해의 절반이 지나간 데다가 축축한 날씨까지 더해져 싱숭생숭한 마음이 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지나간 여섯 달을 돌아볼 때도, 남은 여섯 달을 마저 그려볼 때도, 오늘 소개해 드린 두 잔의 해독 주스 잊지 말아 주세요. 멋진 목표를 설정하고 좇는 것도 좋지만, 쉬엄쉬엄 흘려보내는 시간도 필수적이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늘만큼은 올 상반기 이룬 성과를 생각하는 대신, 게으른 시간을 얼마나 잘 보냈는지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올 상반기, 편안한 휴식 잘 보내셨나요?
그리고 지난 21호 레터에서 소개했던 '우리 같이 해독하자' 책 증정 이벤트 마감이 이번 금요일까지거든요. 미처 잊고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께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며 오늘의 해독레터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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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해독레터, 어떻게 읽으셨나요? 해독레터는 언제나 님의 의견에 목마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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